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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tar.moneytoday.co.kr/view/star_view.php?type=1&gisano=2006051610055698333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김관명 기자]

사실 일본만화 '짱구는 못말려'의 짱구는 전형적인 '불량' 그리고 '비호감' 캐릭터다. 순진해야 할 이 어린 나이의 꼬마가 '예쁜 누나 쳐다보기'와 '시체놀이'를 좋아하고, '피망 야채 심부름'을 싫어하니 여간내기는 아니다. "마음에 드는 것을 짚어라"는 햄버거 가게 여종업원 말에 그 아가씨의 가슴을 꾹 누르는 '불량기' 가득한 꼬마가 바로 짱구인 것이다.
결국 송충이 눈썹의 짱구는 '나이에 비해 너무 조숙하고 엄마 말은 절대 안 듣는' 전형적인 불량-비호감 꼬마 캐릭터인 셈이다. 그런데도 이 만화와 짱구는 잘 알려졌듯이 일본과 우리나라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그의 "액션가면 사주세요"는 중독성 강한 최고의 명대사가 됐다.

그러나 이런 '비호감' '불량' 캐릭터가 어디 짱구뿐일까. 어느샌가 '부담보이' '주위산만' 등을 내세운 특정 연예인은 물론 드라마와 영화 주인공까지 불량 비호감 캐릭터를 가지려고 안달이다.

최근 막을 내린 SBS 드라마 '불량가족'은 말할 것도 없고, 영화 '생날선생'의 주인공 박건형도 '수업은 숏타임, 땡땡이는 롱타임'인 불량교사로 나온다. 또한 원신연 감독의 '구타유발자들'(사진)의 오달수는 외모부터가 꼬질꼬질한 '비호감' 동네 청년이다. 이밖에 '부담보이' 천명훈, '주위산만' 노홍철, '여자 신정환' 장영란 등 요즘 웬만한 연예인들은 비호감-부정어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건 확실히 '이상한' 코드다. '수업성적이 우수하고 품행이 방정'하기가 아직도 최고의 덕목으로 자리잡고 있는 이 시대에, "참 잘했어요"가 "너, 왜 이 모양이니?"보다 아직도 더 듣기 좋은 이 시대에 왜 이런 불량-비호감 캐릭터에 대중은 열광하는 걸까.

우선 드라마-영화-만화에서 그려지는 '불량' '비호감' 캐릭터는 사실 우리 현실에서 접하는 그런 '불량'이나 갈데까지 간 그런 '비호감'이 아니다. 짱구도 엄마가 심부름을 시키면 "저, 지금 자고 있어요"라고 금방 들통날 거짓말을 해대는 순진함이 숨어있고, '닥터깽'의 조폭 양동근이나 '위대한 유산'의 조폭 김재원도 여자 앞에서는 작아지고 귀여워지고, 심지어 순진해지기까지 하는 그런 캐릭터다.

특히 SBS '연애시대'의 이하나는 '귀여운 불량소녀'의 대표격이다. 속마음이야 어찌됐든 겉으로만 봤을 때 조신하기로는 문정희와 손예진을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그녀인데도 왠지 사랑스러운 것이다. 이하나가 자신의 털복숭이(슬리퍼)를 신고 돌아다니는 언니 손예진에게 "에잇, 무좀이나 옮아랏"이라고 투덜거려도 시청자들은 열광하고 만다.

'불량' 캐릭터의 경우에는 여기에다 덤으로 대중의 일탈 욕구와 대리만족 욕구를 채워준다. 관음욕과 음란한 상상력을 자극한 영화 '음란서생'에서 두 '불량' 사대부 한석규와 이범수가 은밀히 수군거릴 때, 내심 솔깃한 관객이 어디 한둘이랴? 또 영화 '연애의 목적'에서 박해일에게 "50만원만 주면 자 줄게"라고 말한 '불량' 교생 강혜정의 모습에 일종의 판타지를 경험한 남성관객이 어디 한둘이랴?

이에 비해 '비호감' 캐릭터의 인기 몰이는 사실 어느새 시대의 최고 덕목이 되어버린 '얼짱-몸짱-마음짱'에 대한 대중의 식상함과 반발심 탓이 크다. 꽃미남-근육질-청순가련-8등신 등 '호감' 캐릭터는 여전히 매력적이지만, 없어보이고-촌티나고-시끄럽고-부담스럽고-약해보여도 이제는 '봐줄만한' 시대가 된 것이다.

그래서 박명수 지상렬이 각종 짝짓기 프로그램에서 어김없이 상대 여성에게 '들이대고' 그리고 자기들끼리 '호통'을 칠 때, 시청자는 더이상 예전처럼 부담스럽거나 걱정스럽지 않다. 이는 이수근이 결코 멋있어 보이지않는 산발한 로커 복장으로 '고음불가' 상황에 빠졌어도, 고혜성이 때 꼬질꼬질한 파란 트레이닝복을 입고 목청을 높였을 때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하나 더. 웬만한 방송-영화 메카니즘과 치열한 내부경쟁을 꿰뚫고 있는 요즘 대중문화 소비자에게, '외모나 주특기'에서 밀리는 연예인들이 자기 나름대로 열심히 자리잡으려는 모습은 직업연예인으로서 분명한 매력이다. '내숭'이나 '깔끔' 대신, 자신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솔직히 그리고 '오버'에 가까울 정도로 열심히 대중에게 어필하는 모습. 이는 바로 면접을 앞두고 자신이 비호감으로 비춰질까 걱정해온 바로 우리들 모습 아닌가. 그래서 대중은 이들 '비호감' 캐릭터에서 또한번 자신이 걸어야 할, 아니면 걷지 못했던 그런 판타지를 체험한다. minji2002@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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