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http://www.libro.co.kr/comic/comic_detail.asp?goods_id=0060000034994

구성으로만 보자면 『크레용 신짱』은 독특한 만화다. 칸구성에서 높은 창의성을 보이는 여타의 일본만화와 달리 획일적인 칸배치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줄에 네 개씩, 같은 크기의 칸이다. 예외는 없다. 그림체도 단순하다. 그럼에도 이 작품이 오랜 시간 사랑받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어린 신짱의 독특한 캐릭터다. 어린아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울 경우 이득이 많다. 아이들은 많은 부분에서 보호받으며 규정지어져 있기 때문에 흔히 ‘어린아이’ 하면 떠오르는 성향들을 조금만 비틀면 웃음을 자아낼 수 있다. 『베이비 짱』이 그 예다. 아이가 되어버린 보스 한자루는 여느 아이답지 않게 여자를 밝히고 거친 사나이의 일면도 가진다. 그러한 아이러니 작품을 재밌게 하는 것이다. 이 작품의 ‘신짱’하면 떠오르는 것은 영리함과 변태스러움이다. 대충 얼버무리는 말은 짱구에게 통하지 않는다. 오히려 부모를 가르치려 들기 때문이다. 어른들만 알았으면 하는 것들을- 특히 성(性)에 대해서 다 아는 듯한 말투와 행동으로 연신 웃음을 유발한다. 고추에 코끼리를 그려 놓고 논다든지 엄마의 가슴크기를 갖고 놀리는 모습은 신짱이 아이이기 때문에 코믹한 요소로 받아들여진다.

또한 가족 구성원의 캐릭터도 안정적이다. 여자를 밝히고 놀기 좋아하지만 결코 사람 좋은 아빠와 주책스런 두 남자(아빠와 신짱) 때문에 화내는 모습이 반인 엄마 미사에는 신짱을 빛내는 조연으로만 있지 않다. 가족원들은 단면적인 캐릭터가 아니라 다층적으로 묘사된다. 유치원 선생 미도리 등의 조연들도 마찬가지다.

요란하지 않고 은근한 재미도 장기 연재가 가능했던 요인이다. 『크레용 신짱』을 읽으면서 박장대소할 사람은 드물 줄로 안다. 긴박하게 돌아가는 기승전결 구도나 급반전, 『멋지다 마사루』처럼 비현실적인 소재를 활용한 극적인 코메디는 없다. 현실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들로 단편들을 구성했기 때문이다. 한창 호기심 많은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일어날 법한 일들 말이다. 그래서 수이 질리지 않는 이야기들을 만들었다. 또 하나 추가하자면 롱런하는 장편 명랑 만화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부분, 매 단편으로 이야기는 종결되기 때문에 중간부터 읽어도 전혀 무리가 없다. 그러나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된 흐름은 분명 존재하므로 처음부터 읽은 독자는 단편들의 재미 뿐 아니라 커다란 범주에서의 변화까지 파악하는 재미도 얻을 수 있다.(한국만화문화연구원 박소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