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 1998년 05월 16일 토요일 10:06 [오승훈 기자]

기모노문화 이미 스며들었는데..

정부는 지난 13일 ‘한일문화교류 정책자문위’를 구성, 일본대중문화 개방 논의를 본격 화했다. 남은 과제의 핵심은 ‘언제, 무엇부터 빗장을 푸느냐’ 하는 것이다. 이는 국내시장 상황과 부문별 특성이 고려돼야 하는 문제다. 이에 따라 문화관광부 산하 한국문화정책개발 원(원장 金文煥·김문환)은 최근 ‘일본문화의 유입실태 조사 및 대응연구’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이는 “일본문화 유입의 정도가 높지 않다”고 강변해왔던 정부 입장에서 ‘현 실’을 인정하는 첫 보고서라는 의미가 있다. 보고서의 결론은 “일부 부문을 제외하곤 대 부분 개방된 상태”라는 것이다. 또 파급도가 낮은 공연문화를 먼저 개방하고, 방송과 전자 게임 등을 최종단계에서 허용하자는 제안도 했다.

◆만화=만화영화는 심의를 거쳐 어린이용만 수입을 허용해왔다. 96년에 정부심의를 받고 수 입된 만화영화 4백84편중 일본 작품이 61.6%인 2백98편이었다. 당시 국내에서 제작된 만화 영화가 48편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시장 의존도를 짐작할 수 있다. 97년 만화비디오 대여순 위에서도 일본작품인 ‘짱구는 못말려’와 ‘그레이트 선가드’가 1, 2위를 차지했을 정도 다.
방송에선 97년 방송위원회가 심의한 만화영화 7백52건중 59.6%가 일본 작품이었다. 문제는 심의를 거쳤는데도 어린이들이 보기에 적합하지 않은 작품이 많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짱구는 못말려’는 원래 성인용으로 성적 농담이 자주 등장하고, 일본 정서가 짙은 ‘세 일러 문’, ‘바우와우’ 등과 폭력성이 강한 작품도 수입되고 있다. 청소년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만화책의 경우 전체 시장의 80%를 일본 복제만화가 점령하고 있다. 따라서 만화는 이미 개방된 것이나 다름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 이하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