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아 국내판 성우로 출연하는 김서영님 인터뷰기사입니다.
--출처 : http://www.maxmovie.com/movie_info/news_read.asp?idx=MI0000730560

※ 성우 김서영은 MBC 15기 공채 성우로 경력을 시작하여 현재까지 애니메이션과 극영화를 넘나드는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대표작으로 <망치>의 망치, <오세암>의 길손이, <오늘이>의 오늘이, <닥터 슬럼프>의 아리, <도라에몽>의 도라에몽, <짱구는 못말려>의 짱아, <스크림>의 커트니 콕스, <유턴>의 클레어 데인즈, <풍운>의 서기, <유로파 유로파>의 줄리 델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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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파괴로 대륙이 물에 잠겨버린 먼 미래. 외딴 바다 한 가운데 솟은 ‘촛대마을’에 사는 개구쟁이 소년 ‘망치’는 악당 ‘뭉크’에게 쫓겨 마을에 불시착한 제미우스국의 ‘포플러 공주’를 구하게 된다. 포플러 공주를 몰아내고 제미우스국의 왕위에 오른 뭉크는 공주의 목숨을 위협하는 한편 세계정복의 야욕을 품는다. 마을의 안전과 세계평화를 위해 싸우던 망치의 할아버지가 뭉크의 손에 죽자 망치는 할아버지의 복수를 다짐하고, ‘그레이트 에코’를 단련하여 뭉크와의 최후 대결을 준비한다.

허영만 원작의 애니메이션 <망치>의 제작사인 캐릭터 플랜의 김민조 과장은 이 영화의 모티브가 <스타워즈> 였다고 설명한다. 기사가 되고자 하는 소년과 기사의 도움이 필요한 공주가 등장하는 이야기. 알고보면 악당이 아닌 악당 이야기...를 블록버스터의 형식으로, 아니 아예 블록버스터가 되자 하는 마음으로 완성한 작품이 바로 <망치>라고 한다. 그 욕심만큼 자랑스런 평가를 받고 있는 순수 한국 애니메이션 <망치>의 국내 개봉을 앞두고 <망치>의 ‘망치’ 역 목소리 주인공, 성우 김서영을 만났다.

<닥터 슬럼프>의 아리가 당신이었다니! 자료를 보니 그 외에도 경력이 정말 화려하다. 어떻게 성우가 됐나?

시험봤어요. 1차 시험은 연기시험이에요.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으면 5분 전에 대본을 나눠주고 그걸 가지고 심사위원 앞에서 연기를 하는 거예요. 일반적인 탤런트 시험이랑 똑같아요. 똑같이 연기자고 배우니까. 2차 시험은 더빙시험이에요. 화면을 한두번 보여주고 더빙을 해요. 3차 시험은 면접이었구요. 저는 운이 좋아서 된거 같아요. (웃음)

시험준비는 각자 공부방법이 다 달라요. 학원, 아카데미, 과외, 개인교습, 아니면 굳이 학원을 다니지 않고 그냥 혼자 연습하는 경우도 있어요.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목소리를 사용한다 뿐이지 성우도 똑같은 연기자기 때문에 핵심은 연기연습인거 같아요. 연기 잘하고 발음 좋고 발성 좋고 호흡 좋고 그리고 연기적인 감각이 중요하죠.

다른 분은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는데 저같은 경우는 무조건 많이 들었어요. 드라마 많이 보고. 지나가는 사람들도 관찰하고. 뭐든 관심을 기울이고 많이 듣고.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소리 하나도 빠뜨리지 않으려고 신경쓰고 심지어 동네 사람들이 싸우는 것도 주의깊게 들었어요. 그러니까 연기를 접할 수 있는 모든 소리를 다 들으려고 한거죠. 그런 말이 있더라구요. 자꾸 듣다보면 어느 순간 그게 내 것이 된다고요. 많이 듣고 공연이나 극적인거 많이 보면서 나도 저렇게 하고 싶다 하는 생각 키우고 그랬어요.

그런데, 경영학과 전공에 졸업 후에 행정고시 준비 했었던 과거가 있다고?

솔직히 어렸을 때는 성우에 관심이 없었어요. 그냥 친구들하고 얘기하고 노는걸 좋아했는데, 성대모사도 좀 할 줄 아니까 오히려 개그맨에 가까웠죠. 삐삐 시절에 인사말 매일 바꾸고 하면 친구들이 가끔 “성우해라”고 하기도 했어요. 정작 저나 우리 식구들은 제 목소리가 좋다는 생각 안했구요.



대학교 4학년때, 졸업 앞두고 하고 싶은게 너무 많았어요. 이것저것 정보 수집을 닥치는 대로 했어요. 성우에 대한 자료가 별로 없길래 선배 언니가 아는 언니한테 “성우가 어떤 걸까요?” 물어보려고 갔다가 우연히 시작했죠. 원래는 행정고시 보려고 했거든요. 진짜에요. 고시책도 다 샀어요. 근데 성우는 나이제한이 있으니까 (해마다 달라지는데 우리땐 26세 미만이었어요) 성우시험 부터 보고 스물여섯까지 떨어지면 그때는 고시를 보리라 했는데, 성우가 되버렸어요. (웃음)


김서영 씨가 연기한 ‘망치’는 소년이다. <오세암>의 ‘길손이’도 소년이었다. 애니메이션 경우 여자 성우들이 남자 캐릭터를 연기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아무래도 아역 같은 경우는 그런 편이에요. 쉽게 생각해서요, 남자 성우가 있고 여자 성우가 있는데, 변성기가 지난 남자 성우가 다섯 살에서 열살 까지의 어린 소리를 내기는 어렵잖아요. 물론 남자 성우들 중에도 미성을 가지고 계시고 아역을 굉장히 잘하시는 분들도 계세요. 그래도 그분들이 하실 수 있는 최소연령은 열세살 정도? 정말 리얼하게 남자아이의 느낌이 나려면 여자 성우가 ‘연기’를 하는 것이 조금 더 자연스럽지 않겠냐는 전제가 암암리에 깔려 있는 것 같아요.

<망치>의 러닝타임은 80분이다. 이 영화 한편을 녹음하느라 걸린 시간은

정확히 24시간 걸렸습니다. 오후 1시에 만나서 그 다음날 오후 1시에 헤어졌어요. 데모녹음과 연습한 시간을 포함하면 그보다 훨씬 많이 걸렸죠. 외화 더빙 같은 경우는 2시간 짜리는 넉넉잡아 딱 두 배, 4시간 정도 걸려요. 중간에 쉬는 시간 포함해서요. 원음을 들으면서 배우의 입을 보면서 사전에 시사회를 통해 준비했던 감정선을 유지하면서 녹음하는 외화더빙에 비해 만화더빙은 훨씬 어렵고 힘든 작업이에요. 만화더빙 같은 경우는 아예 아무것도 없는 백지상태에서 모든걸 만들어내야 하니까요. 느낌을 살리려면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하는 시간이 많고 호흡과 감정 잡는 데도 긴장이 많이 되요. 외화더빙의 경우, 그냥 처음부터 순서대로 틀어놓고 녹음을 하거든요. 애니메이션 더빙은 영화 촬영하고 똑같아요. 씬별로 나눠 녹음하고, 이 사람이 녹음하면 다른 사람은 기다려야 되고. 특히 <망치> 녹음은 진짜 영화촬영 하는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망치>에 관한 숨겨진 이야기가 있다면

<망치> 녹음 연출 해주신 민영문 차장님이 꼼꼼하시기로 유명해요. 한 장면 한 장면 굉장히 심혈을 기울이셔서 하세요. 근데 망치가 첫 장면부터 등장해서 계속 나와요. 제가 소리지르는 걸 좋아할 뿐더러 웬만하면 화끈하게 하자 열심히 해보자 하는 생각으로 했는데 몇 씬 하지도 않았는데 목이 아픈거예요. “어, 처음부터 큰일났다. 뒤에서 어떻게 소리지르지?” 너무 걱정이 되는 거예요. 워낙 꼼꼼하게 하시고 열과 성의를 다하시니까. 한 장면을 했는데 다시 해보자고 다시 해보자고 계속 그러시니까요.



어쨌든 했어요. 그러면서도 계속 걱정이 되는 거예요. “어떻하지? 벌써 목이 아픈데? 목이 안아픈척 해야돼?” 하고 있는데 정말 다행이도 포플러 공주 녹음 차례가 되서 제가 조금 목을 쉬었어요. 그러다가 다시 녹음한 부분이 할아버지가 망치에게 ‘그레이트 에코’를 가르치는 장면이었어요. “이게 그레이트 에코란다” 할아버지가 가르쳐 주니까 망치가 연습을 막 해요. 얘가 처음이니까 잘 못해요. 켁켁거리고 그러다보니 밤이 되서 “아으, 너무 많이 해서 목이 아프다” 이러면서 목소리가 갈라지는 설정이었어요. 근데 그때 진짜 아팠거든요. 이 장면이 너무 고마운 거예요. 그 장면에 굉장히 충실할 수가 있었던 거죠. 그게 너무 기뻤던지 거기서 다시 힘을 얻어 그때부터 다시 목이 안아프더라구요. 무사히 촬영을 마칠 수 있었어요.

특별히 기억에 남거나 인상적인 장면이 있다면 혹은 스스로 가장 잘했다고 생각되는 장면은

영화 초반에 공주가 처음 등장하고 쓰러져 있다가 일어나서 “망치 고마워” 이러면서 망치 손에 손을 얹는 장면이 있어요. 그럼 망치가 고개를 살짝 돌리고 “쿠흐흐” 이러고 웃어요. 근데 그 망치 얼굴이 제가 봐도 너무 귀여운거예요. 녹음하면서 “어, 내가 잘 살려야 되는데” 걱정했거든요. 근데 그 장면에서 많은 분들이 웃어주셔서 너무 좋았어요.

또, 망치가 지도 그려서 보물이 있는 곳을 설명하는 장면이 있어요. 망치의 귀엽고 장난스럽고 그러면서 천진난만한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인 거 같아서 되게 재밌게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제가 장난꾸러기가 됐다고 생각하고 해보자 했는데 잘 됐는지는 모르겠어요.

그리고 어떤 한 씬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망치가 소리 지르는 장면들이요. 소리 지를 때마다 제 안에 있는 기를 정말이지 전부 다 뽑아내주고 싶었는데, 극장에서 그 장면을 보니까 워낙 효과음이 웅장해서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제 소리가 작게 나온거에요. 좀 더 이렇게 했어야 했는데 하는 욕심은 남지만, 제 안에 있는 걸 다 뽑았다는 면에서 후회는 없어요.


앞으로 해보고 싶은 캐릭터, 작품이나 성우로써 넘어서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아직 작품을 고를 입장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정말 여한이 없어요. 경력도 얼마 안됐고 부족한데도 잘 봐주시고 어떻게 하다보니까 프로필에 굵직굵직한게 보여서 잘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직도 많이 부족하고 멀었다고 생각해요. 겸손하게 노력하는 모습 보여드리고 싶어요.

선배님들이 쌓아놓으신 영광스러운 아성에 못미치지만 지금까지 만족하고 너무너무 행복했어요. <망치>가 절정이었죠. 제가 소리지르는 걸 되게 좋아해요. 소리를 뽑아내고 이런걸 좋아해요. <망치>로 제 개인적인 카타르시스를 해결한 거 같아서 망치한테 고마워요. 당장 그만둬도 여한이 없다, 이런 표현이 아깝지 않을 만큼 행복합니다.

거짓말처럼 들리시겠지만, 전 진짜 다아~ 존경해요. 정말요. 갈이 들어가면 아직도 순간적으로 제가 ‘성우지망생’이란 생각을 해요. 제 환상속의 인물들이 완전히 다 제 앞에 있는 거에요. 같이 마이크 앞에 서고. 저는 아직까지도 그게 안믿겨져요. 그분들 모두 다 제 우상이니까요. 같은 성우 동료라고 하는 개념조차도 저한테는 부끄러울 만큼이요. 어떤 분처럼 되야지 하는 것보다는 모든 분이 저의 다 모델이신거죠. 만약 제가 나중에 십년후 이십년후에 좋은 성우로 기억된다면, 제 안에는 그 선배님들의 영혼이 다 들어온걸거에요. 선배님들의 연기혼을 가슴에 담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맥스무비 회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과거 우리 기억에 ‘미래소년 코난’이 있었다면, 2004년도에는 ‘망치’가 있어요. 코난은 잊어주세요. 코난의 이미지가 와일드와 생명력과 천진난만함이라면, <망치>는 모방도 아닌 또 하나의 창조물이 더 많이 업그레이드된 모습으로 우리나라에서 탄생된거라고 생각해요. 액션 판타지라고 해야하나, 액션 판타지 로망이라고 해야하나? 아무튼 블록버스터에요.

극장에서 <망치>를 보는데 음향하고 음악이 너무 좋아서 소름이 막 끼치는 거에요. 색감도 너무 예쁘고 보기 좋아서 부러울 게 없을 정도구요. 해외 영화제에서 인기가 많고 외국으로 수출 계약도 성공적이에요. 너무 자랑스럽고, 어디 내놔도 손색이 없을 것 같아요. 관객들이 보시면서 “어? 이게 어느 나라 영화지?” 하는 생각이 들만큼요. 그러면서 동시에 우리나라의 독특한 정서가 베어있는 작품이에요.

<망치>는 완전히 아이들 만화가 아니에요. <망치> 녹음하고 나서 주변사람들한테 “어? 그거 허영만씨 원작 아냐? 나 어렸을때 그거 되게 좋아했는데... 그게 애니메이션으로 개봉한다고? 어떻게 달라졌는지 되게 궁금한데?” 하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어요. <망치>는 만화영화 좋아하는 아이들 뿐만 아니라 허영만 씨 원작을 접한 어른들까지 누가 봐도 손색이 없는 작품이에요. 단지 애니메이션이고, 아이가 포스터에 있는 것만 보고 “애들꺼 아냐” “우리나라꺼 아냐” “애니메이션은 일본이지” 등등의 이런 선입견만 없애고 봐주신다면 정말 좋겠습니다.